누에나 거미는 물을 용매 삼아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 섬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친환경 섬유 제조 공정을 모방한 인공 실크 제조 방법이 제시됐다.
서울대는 이기훈 바이오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누에의 실크 방사 환경을 모사해
인공 실크를 생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논문을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합성 섬유을 제조할 때는 많은 에너지가 들며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생긴다.
누에나 거미가 생산하는 실크 섬유는 친환경적이며 강도 또한 우수해 이를 모방하려는 학계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누에나 거미는 단백질로 이뤄진 고농도의 실크 원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방사하는 순간에는
우수한 물성을 갖는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섬유화 연구 등에 활용되는
액체-액체 상분리 현상을 이용해 누에의 섬유 생산 공정을 모방했다.
액체-액체 상분리 현상은 액체 상태의 두 물질이 분리돼 한 물질은 응축된 상태를 구성하고
다른 하나는 농도가 희박한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이다.
응축된 상태를 구성하는 물질은 유동성을 가지면서 쉽게 구조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
연구팀은 누에 실샘 내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칼슘이온이 실크 단백질을 응축된 상태로 상분리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크 단백질은 웅축되면 6배 이상 농축되면서도 유동성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누에 실샘 내의 환경을 모방해 산성화를 유도하면 실크 단백질 응집체들이
서로 연결되고 전단력(층밀리기힘)을 가하면 섬유 구조로 바뀐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아직 섬유의 강도가 충분하지 못하지만 이번 연구는
인공 실크 생산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강도 증진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