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뿌리가 어떻게 토양에 있는 수분의 가용성을 감지하고, 물을 얻기 위해 뿌리 모양을 최적화하는지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영국 노팅햄대와 더럼대 공동 연구팀은 물을 찾아가는 식물 뿌리의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2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생명공학위원회(BBSRC)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에 따라 물 부족과 같은 기후 변화 조건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해 내는 한편, 미래의 식량 확보에 대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뿌리 구조 변화시켜 토양 수분조건에 적응
뿌리는 식물이 토양으로부터 물과 용해성 영양분을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은 식물 성장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후조건이 바뀌면 토양으로부터 습기를 얻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에 식물들은 뿌리 구조를 변경해 다양한 토양 수분 조건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당 과정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식물은 토양 수분과 직접 접촉했을 때만 ‘하이드로패터닝(hydropatterning)’이라는 적응 반응을 보인다. 이를 통해 뿌리 가지들이 형성되는 것이다.
노팅햄대 맬컴 베네트(Malcolm Bennett) 교수와 더럼대 생명과학과 아리 사다난덤(Ari Sadanandom) 교수는 가지가 자라나는데 주요 역할을 하는 ARF7(auxin response factor 7)이라는 마스터 유전자에 의해 하이드로패터닝이 조절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뿌리 분지 변형시키는 단백질 발견
이들은 ARF7이 결핍된 식물 뿌리가 더 이상 하이드로패터닝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뿌리가 습기에 노출되었을 때, ARF7이 활성상태를 유지하고 뿌리 가지 성장이 촉진됐다. 그러나 뿌리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ARF7이 변형돼 비활성화되면서 뿌리 가지 성장을 차단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사다난덤 교수는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주위 환경에 의해 성장과 발달이 크게 좌우된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에서는 뿌리 분지(branching)를 변형시키고, 나아가 이를 비활성화해 식물의 성장과 발달을 차단할 수 있는 특별한 단백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에 대해 “물 부족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적응시켜 지속적으로 뿌리를 발달시킬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적합 품종 개발 길 열어
베네트 교수는 “물은 식물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생존의 핵심 요소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식물들이 물 가용성을 어떻게 감지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식물 뿌리들이 물 가용성에 반응해 뿌리 가지 성장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며, “이는 작물생산자들이 기후 변화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나아가 세계 식량 안보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