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문제성 있는 세균들을 제거하기 위해 의약품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제 직관에 반(反)하는 접근방법, 즉 유전자변형 세균(GM bacteria)을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업체들은 GM 세균을 이용하여 뇌, 간 등의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을 치료하고, 심지어 해로운 세균을 살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보건당국이 많은 GM 세균을 일종의 유전자요법으로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DNA를 공유하는 미생물들이 장기적인 안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세균을 이용하여 유전자요법을 실시한다는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이지만, 초기 임상시험 결과는 엇갈렸다. 하지만 최근 '인체 내에 서식하는 세균(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해 왔다. 연구자들은 인체나 식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미생물들을 변형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GM 세균은 많은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라고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매튜 창(합성생물학)은 말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유해한 미생물을 인식하고 파괴하기 위해, 장내미생물인 대장균(E. cloi)과 유산균(락토바실루스)를 변형하고 있다.
"GM 세균 분야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나는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위해 싱가포르 보건당국과 의논하고 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
(1) 한 무리의 연구자들은 페닐케톤뇨증(PKU: phenylketonuria)이라는 유전성 장애를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PKU 환자들은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이라는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데, 페닐알라닌이 체내에 축적되면 신경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달 초 조지아 주 애들랜타에서 열린 미국 미생물학회 연례회의에서,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소재 신로직(Synlogic)이라는 바이오 업체는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와 '페닐알라닌을 혈류에서 세포로 이동시키는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변형된 대장균이 원숭이의 혈중 아미노산 수치를 50% 이상 감소시켰다"고 보고했다.
"우리는 지난 4월 건강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안전성이 확인되는 즉시 PKU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개시할 것이다"라고 신로직의 CEO인 이퍼 브레넌은 말했다. 또한 신로직은 지난 4월, 대사성 간질환(metabolic liver disease) 환자의 혈액 속에 축적된 독성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효소를 만드는 GM 대장균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2) 메릴랜드 주 저먼타운 소재 인트렉손(Intrexon)이라는 업체는 피부의 바깥층을 보호해 주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치즈 생산에 사용되는 락토코쿠스 락티스(Lactococcus lactis)라는 세균을 변형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에서는, 약 200명의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L. lactis가 들어있는 구강세정제'가 화학요법의 부작용인 구내염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동사(同社)는 오는 7월 당뇨병 환자들에게 다른 형태의 L. lactis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인데, 이 세균은 인간 인슐린 전구체와 특정 면역단백질(세포의 인슐린 반응능력을 향상시키는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변형되었다.
(3) 인트렉손과 신로직의 공통점은, 세균을 변형하여 인체 내에서 집락(colony)을 확립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GM 세균이 생성하는 치료용 분자의 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환자들은 변형된 세균을 정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은 인체 내에 GM 세균의 집락을 형성시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소재 오셀(Osel)이라는 업체는 올해 말 유산균 균주에 대한 승인을 신청할 계획인데, 이 세균은 HIV 전염을 예방하도록 변형되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질(膣)내의 천연 유산균 수준이 높으면, 여성을 HIV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셀은 유산균의 보호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간의 단백질(HIV가 면역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변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
(1) 그러나 이상에서 언급한 GM 세균들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과학자들은 그 세균들이 인체와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좀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GM 미생물의 효과는 약물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라고 브레넌은 말했다.
(2) 또한 미생물은 자신이 운반하는 인간의 유전자를 체내의 다른 미생물에게 전달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많은 업체들은 이 문제(수평유전자전달)를 예방하기 위해, 세균의 플라스미드(세균들이 주고받는 DNA 조각)보다는 염색체를 변형하려고 시도해 왔다. 또한 그들은 생물학적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세균에 내장하여, 미생물이 체외로 배출될 경우 생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3) 그러나 기존의 전략은 실패할 수 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의 사이먼 카딩(면역학)이 이끄는 연구진은 면역계를 조절함으로써 대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박테로이데스 오바투스(Bacteroides ovatus)를 변형했다. 그들은 B. ovatus가 체외에서 생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내미생물이 생성하는 티미딘(thymidine)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그들은 플라미드가 아니라 세균의 염색체를 편집했다.
그러나 그들이 B. ovatus를 생쥐에게 먹인 후 72시간이 지나자, B. ovatus는 자신의 변형된 유전자를 생쥐의 소화관에 서식하는 다른 미생물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티미딘 없이도 살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유전자까지 획득한 것이 아닌가!
이 경험은 카딩으로 하여금 '세균을 치료법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적절히 통제되지 않은 세균은 잠재적으로 유해하다. 만약 다른 세균들의 수평유전자전달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다른 세균들도 치료용 단백질을 만들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신로직과 오셀을 비롯한 업체들은 지금껏 수평유전자전달을 관찰하지 못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미생물은 매우 똑똑해서 생존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알아낸다"라고 창은 말했다. "GM 세균이 체내에서 집락을 형성하는 것과 신속히 사멸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 접근방법인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