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을 돌아다니는 로봇이나 특정 세포에만 약을 퍼지게 하는 약물전달체 등을 구현하기 위한 ‘나노기계’(nanomachine)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최근 성균관대와 미국 뉴욕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런 나노기계를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는 ‘패치 입자’(Patchy Particles)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18일(영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패치 입자는 구형 입자 표면 몇 군데에 다른 입자와 결합할 수 있는 ‘패치’가 붙어있는 물질이다. 입자끼리 붙여 여러 모양의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흔히 장난감인 ‘레고 블록’에 비유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패치 입자를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찾았다. 구형의 플라스틱 입자를 용매에 녹이고 이 입자와 반대 전하를 띠는 기름방울과 섞어준 뒤 고체로 굳히면 패치가 4개인 입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 전하를 띤 기름방울과 구형의 플라스틱 입자를 섞을 때 기름방울 주위에 입자 4개가 달라붙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녹이는 용매의 산도(pH)를 조절하면, 지금껏 합성할 수 없었던 사면체 모양 패치 입자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기름방울과 플라스틱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자 패치 수를 2개, 8개 등으로 다르게 제작할 수도 있었다.
지금껏 사람 세포 크기의 수십 분의 1 정도로 작은 패치 입자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워, 매우 소량씩만 얻을 수 있었다. 이에 패치 입자 합성은 나노기계 연구는 물론 상용화의 ‘걸림돌’로 평가됐는데, 이번 연구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찾은 것이다.
현재 연구진이 만든 패치 입자의 지름은 1㎛(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수준인데, 이를 100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이기라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패치 입자의 대량생산 문제를 해결했다”라며 “이를 이용한 나노 구조체 조립 연구가 매우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 기술을 3차원 프린터에 적용한다면, 인쇄한 3차원 구조 안에서 다시 구조가 형성되는 신개념 프린터에 대한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