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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9 14:39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드라이브
 글쓴이 : biostem
조회 : 3,772  

 

 

종(種) 전체의 유전체를 바꿀 수 있는 논란 많은 기술이 사상 최초로 포유류에게 적용되었다. 7월 4일 《bioRxiv》에 미리 업로드 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CRISPR 기법을 이용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동물 개체군을 몰살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유전자드라이브(gene drive)」를 개발한 과정"을 기술했다.

 

유전자드라이브는 특정한 변이를 거의 모든 동물 후손에게 확실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잠재적인 말라리아 통제전략으로 간주하고, 실험실 연구를 통해 모기를 멸종시킬 수 있는 유전자드라이브를 만들어놓고 있다. 연구자들은 유전자드라이브가 시궁쥐, 생쥐 등의 말썽쟁이 설치류를 몰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만간 유전자드라이브를 이용하여 말썽쟁이 설치류를 소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실험용 생쥐를 이용한 실험결과가 일정하지 않으며, 야생에 적용되기에 앞서서 해결할 문제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짐들이 많지만, 막상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라고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폴 토머스(발생생물학)는 말한다. "유전자드라이브를 설치류 개체군 통제의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려면, 갈 길이 아직 한참 멀다." 토머스의 연구실에서도 '유전자드라이브를 이용한 침입 설치류 격퇴'를 위한 국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이와 비슷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전자드라이브는 특정한 이기적 유전자의 대물림 비율이 '우연적 확률'을 능가하도록 보장함으로써, 변이 또는 외래유전자가 개체군 전체에 신속하게 퍼져나가도록 허용한다. 생쥐를 비롯한 일부 동물에서는 유전자드라이브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죽음이나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혁명적인 CRISPR–Cas9 유전자편집기구는 합성 유전자드라이브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와 같은 문제아(problem species)를 - 예를 들면 자손 대대로 새끼를 못 낳게 함으로써 - 자연계에서 제거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가공할 만한 기술은 논란을 야기했고, 심지어 전 세계적인 사용금지를 꾀하는 움직임을 낳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왜냐하면, 유전자드라이브를 보유한 생물이 야생에 풀려날 경우, 그들을 제어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UCSD의 킴 쿠퍼(발생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의 의도는, 실험용 생쥐(Mus musculus)를 불임으로 만드는 유전자드라이브를 개발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차라리 '기술의 시험대'를 만들어 기초연구에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불임' 대신, '새하얀 털가죽'을 초래하는 변이의 유전율을 왜곡시켰다.

 

CRISPR에 기반하는 유전자드라이브는 유전자편집 도구를 이용하여 제1 염색체에 존재하는 변이를 제2 염색체에 복사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초기 발생단계에 이루어진다. 쿠퍼가 지휘하는 연구진이 생쥐의 배아를 대상으로 이 작업을 시도했을 때, 그 변이는 항상 정확히 복사되지 않고 오직 암컷의 배아에서만 제대로 복사되었다.

 

통상적인 유전법칙 하에서 대부분의 유전자가 전달되는 비율은 50%이지만, 연구진은 이상과 같은 결과를 근거로 "평균적으로, 암컷 생쥐 후손 중 약 73%에게 원하는 변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쿠퍼는 이번 연구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논문이 아직 동료심사저널에 게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모기 퇴치를 위한 유전자드라이브」 개발팀의 일원인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토니 놀란(분자생물학)은 '유전자드라이브가 최소한 설치류에 적용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하고 있다. "설사 특정 동물을 박멸하는 도구(eradication tool)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기술은 복수의 변이(multiple mutation)에 의해 초래되는 질병을 기존의 기술보다 효과적으로 모델링하는 형질전환 실험동물(transgenic lab animal)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술이 설치류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지적한다. "당신은 그 유전자드라이브가 야생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호주 국립대학교에서 CRISPR를 연구하고 있는 케탄 버지오(유전학)는 말한다. "그 기법의 효율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전자드라이브가 설치류 개체군 전체에 퍼져나가려면 상당히 많은 세대가 필요하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유전자드라이브에 대한 종(種)의 저항성이 진화하는 데 충분하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토머스는 이번 연구결과를 '설치류에 적용되는 유전자드라이브를 개발하려는 노력'에 대한 현실성 검증(reality check)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것은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알려주는 지표(indication)다. 후속연구를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그 기법이 수컷 생쥐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도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토머스는 「침입 설치류의 유전적 생물통제(GBIRd: Genetic Biocontrol of Invasive Rodents)」라는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침입 설치류를 구제(驅除)하는 유전자드라이브의 개발을 희망하고 있다.

 

침입 설치류를 무찌르는 전략에는 CRISPR 유전자드라이브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GBIRd의 멤버인 텍사스 A&M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레드길(유전학)은 동료들과 함께, 생쥐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자드라이브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스레드길은 두 가지 요소를 이용할 예정이다. 첫 번째 요소는 t-복합체(t-complex)라는 이기적 유전자군(群)인데, 이것은 't-복합체를 보유하지 않은 정자'를 손상시켜 't-복합체를 보유한 정자'만 남긴다. 그리하여 이런 정자들이 난자와 수정되면, t-복합체를 보유한 새끼들이 더 많이 태어난다. 야생 생쥐들 중에는 t-복합체의 버전이 여럿 존재한다. 두 번째 요소는 Sry라는 유전자다. 이것은 Y 염색체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로, 포유류가 수컷이 될지 여부를 결정한다.

스레드길은 이상의 두 가지 요소를 결합했다. 그가 만든 「t-복합체 + Sry 콤비」가 잘 작동한다면, 열 마리의 새끼 중 아홉 마리 이상이 Sry 유전자를 물려받아 수컷이 된다. 그리하여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암컷이 없는 생쥐 개체군은 씨가 마르게 된다.

 

"유전자드라이브 기술이 설치류를 통제하는 데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데 이상적인 장소는 섬(島)이다"라고 GBIRd의 파트너 중 하나로서 침입 유해동물(invasive pest) 박멸에 앞장서고 있는 섬 보존협회(Island Conservation)의 히스 패커드 회장은 말한다. "작은 섬에서 생쥐와 시궁쥐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어 온 쥐약(rodent pesticide)은 너무나 위험하므로 큰 섬에서 사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큰 섬은 복잡한 생태계와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전자드라이브를 섬에서 시도해 볼 만한 기술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유전자드라이브가 섬의 생태적 보존을 추구하는 단체에 유용한 도구이기를 바라지만, 그게 제대로 작동할지는 모르겠다"라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