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은 CRIPSR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단 5분 만에 팬데믹 코로나바이러스를 탐지하는 검사를 개발했다. 이 진단검사는 고가(高價)의 실험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병의원·학교·사무실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매우 확고한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UC 샌타바버라의 막스 윌슨(분자생물학)은 말했다. "그 검사는 매우 우아하다."
지금껏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의 속도를 향상시키려고 개발한 CRISPR 검사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진단법은, 지금껏 개발된 것 중 가장 빠른 「CRISPR 기반 진단법(CRISPR-based diagnostics)」이다. 예컨대 지난 5월, 두 연구팀은 한 시간 만에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크리스퍼 기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참고로, 전통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진단법은 24시간이 걸린다.
CRISPR 검사법은 SARS-CoV-2가 보유한 독특한 RNA—약 20개의 RNA 염기로 구성됨—의 시퀀스를 확인함으로써 작동한다. 연구자들은 「표적 RNA 시퀀스(target RNA sequence)」에 상보적인 「가이드 RNA(gRNA)」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용액 속에서 표적에 결합한다. gRNA가 표적에 결합하면, CRISPR 도구의 Cas13이라는 가위효소(scissors enzyme)가 작동하여, 인접한 「단일가닥 RNA(single-stranded RNA)」를 싹둑 잘라낸다. RNA가 절단되면, 검사용액에 별도로 도입된 형광입자가 방출된다. 마지막으로, 샘플에 레이저광선을 비추면, 방출된 형광입자가 반짝이며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초기의 CRISPR 검사법들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이러스의 RNA'가 진단기구를 통과하기 전에, 신호를 포착할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모든 잠재적인 바이러스 RNA'를 증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데는 복잡한 절차, 비용, 시간이 추가되며, 그렇잖아도 희소한 화학시약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제 2020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가 이끄는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RNA를 증복시키지 않는 새로운 CRISPR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함께 작용함으로써 검사의 감도를 향상시키는 복수(複數)의 gRNA'를 찾아내기 위해, 여러 달 동안 수백 개의 gRNA를 테스트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결실을 얻었다.
그들은 한 출판전 서버에 업로드한 논문에서, 하나의 gRNA를 이용해 '용액 1μL당 10만 마리'의 바이러스를 탐지했지만, 제2의 gRNA를 추가했더니 '1μL당 100마리'의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여러 모로 볼 때, 그것은 아직 (고가의 실험실기반 기계를 사용하여, '1μL당 1마리'의 바이러스를 추적할 수 있는) 전통적 코로나바이러스 진단법에 견줄 바는 아니다"라고 다우드나의 프로젝트를 도왔던 UCSF의 멜라니 오트(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진단법은 '5개의 양성 샘플' 배치(batch)를 불과 5분 만에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던 데 반해, 표준 진단법은 하루 이상이 걸렸다."
"새로운 진단법의 또 한 가지 핵심적 이점은, 샘플의 바이러스량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윌슨은 말했다. 표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은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탐지하기 위해 그것을 증폭하는데, 이때 샘플 속에 존재하는 유전물질의 양이 변화한다. 따라서 '샘플 속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지'를 정확히 측정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그에 반해, 오트와 다우드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형광신호의 강도가 샘플 속 바이러스량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샘플의 양성/음성 여부'뿐만 아니라,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의 양'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알맞은 개인화된 치료법(personalized treatment)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윌슨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