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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1-09 10:05
바이러스 먹는 미생물
 글쓴이 : biostem
조회 : 532  

 유전물질인 핵산(DNA 또는 RNA)과 이를 보호하는 단백질 껍데기로 이뤄져 있는 바이러스는 세포에 기생해 증식하는 유기체다. 
그러나 구성 물질을 보면 아미노산, 질소, 인 등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물질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이러스 입자는 감염원일 뿐 아니라 누군가의 먹이(영양원)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사실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유기체들은 서로 복잡한 먹이사슬로 중첩 연결돼 있는 포식자이자 피식자이다. 
지구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도 종으로서는 천하무적일진 몰라도 종종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의 피식자가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숙주 세포를 죽이는 병원체인 바이러스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생명체가 있을까?

최근 미국 네브라스카-링컨대 연구진이 바이러스를 먹는 미생물을 발견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담수에 사는 섬모류 플랑크톤 할테리아가 바이러스를 섭취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만 먹고도 번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단세포 원생생물이 바이러스를 에너지원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직접 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미국 비글로해양과학연구소는 초아노조아와 피코조아라는 두 원생생물의 모든 세포에서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발견했지만 
이것이 포식의 증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원생생물을 감염시켰거나 단순히 세포에 들러붙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험이 이어질수록 이런 유기체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바이러스를 먹고 사는 유기체를 가리키는 말로 ‘바이로보어’(virovore)라는 용어도 제시했다. 
훗날 초식동물(herbivore), 육식동물(Carnivore)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생물군 명칭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 조어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미생물이 들어 있는 실험용 페트리 접시에 소량의 담수를 담은 뒤 여기에 클로로바이러스를 추가했다. 
클로로바이러스는 담수에 서식하는 미세조류를 숙주로 삼아 번식하는 거대 DNA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입자 수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어떤 미생물이 바이러스를 먹이로 삼는지 지켜봤다.

그 결과 할테리아라는 섬모류 플랑크톤이 담긴 접시에서 뚜렷한 변화가 포착됐다. 
할테리아가 이틀만에 약 15배 증가한 반면 클로로바이러스는 10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 
그러나 바이러스를 넣지 않은 대조군 담수 접시에서는 할테리아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검증을 위해 클로로바이러스 DNA에 녹색 형광 염료를 착색시켜 다시 실험한 결과, 
바이러스를 섭취한 할테리아 세포가 녹색으로 빛나는 걸 확인했다. 
할테리아는 자신이 먹어치운 클로로바이러스 질량의 약 17%를 자신의 질량으로 전환시켰다.

이번 연구는 일부 담수 섬모류가 바이러스 섭취를 통해 증식에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는 바이러스가 수생 생태계의 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이번 실험에서 할테리아는 하루에 수만~수백만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먹어치웠다. 
연구진은 “작은 연못에서만도 섬모류가 하루에 100조~1경개의 바이러스를 먹어치울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런 일이 실제 자연 세계에서 벌어진다면 전 세계 탄소 순환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단세포 숙주는 결국 풍선처럼 터지면서 탄소와 다른 영양 물질을 물 속으로 배출하는데, 
바이러스를 포식하는 플랑크톤이 이런 사이클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존 들롱 교수(생태학)는 “전 세계의 물과 바이러스, 섬모류 규모를 고려할 때 플랑크톤과 같은 
원생생물의 바이러스 포식이 대규모로 일어날 경우, 세계 탄소 순환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바이러스 생물량(질량 기준)을 0.2기가톤으로 추정한다. 
이는 세계 인구(0.06기가톤)의 3배나 되는 규모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자연 세계에서 실제 바이러스 포식자들을 찾아내는 일이다.